손 없는 향연 --- 김 상용
하늘과 물과 대기에 길려
이역의 동백나무로 자라남이여,
손 없는 향연을 벌이고
슬픔을 잔질하며 밤을 기다리로다.
사십고개에 올라 생을 돌아보고
적막의 원경(遠景)에 오열(嗚咽)하나,
이 순간 모든 것을 잊은 듯
그 시절의 꿈의 거리를 배회하였도다.
소녀야 내 시름을 간직하여
영원히 네 가슴 속 신물(信物)을 삼으되
생의 비밀은 비 오는 저녁에 펴 읽고,
묻는 이 있거든 한 사나이
생각에 잠겨 고개 숙이고,
멀리 길을 간 어느 날이 있었다 하여라.
한국의 명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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