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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묵은 장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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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익 작성일10-01-21 16:25 조회5,2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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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을 따라
집 짓고 사는 사람마다
묵은장다지 하나씨 은 다 가지고 있다

깊은 장맛은 사람의 마음이다
장국 끓는 냄새는
사람 어울리는 구수함이다

집집마다 장맛은 조금씩 다르고
어느 맛이든 추억을 일깨우며
곰삭는 삶을 맛 뵌다.

해는 고개 넘는 아쉬운 발걸음
서산에 온통 불을 질러놓고
아궁이 숯불 위 뚝배기에선 뽁작장이 끓었다.

성큼 땅거미가 지고
놀이에 지친 아이들이 돌아올 때 쯤
물길 따라 늘어선 마을의 굴뚝에선
밥 짓는 연기가 고요히 피어오른다.

하얀 이밥을 비벼 먹는 장맛엔
목구먹이 포도청이던  시절 
이웃의 애기가 있어
울고 웃던 사연이 그리움을 더한다.

물길 또한 무심치 않아 
묵은 장독, 우윳빛 사기그릇을
사람 사는 냄새 풍기며 유창하게 흐르는
아련한 그리움이다

묵은 장맛은 어머니 손맛이고
왠지 서로가 안쓰러운 마음의 맛이고
제 길 따라 흐르는 남대천 물길 같은 
고집스런 고향의 맛이다.

나는 오늘도
남대천 강둑에않아
어머니의 묵은 장맛을 보고 싶은 것이다 
사기그릇에 이밥을 고봉으로 퍼 담고
뽁작장 넣어 써억썩 비벼 먹고 싶은 것이다.

양양문학집에서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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